1. 절도와 사기의 기본 개념
대한민국 형법 제329조는 "타인의 재물을 절취한 자는 6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절도죄 규정입니다.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자기 이외의 자의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하여 점유를 배제하고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합니다.
대한민국 형법 제347조는 "① 사람을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②전항의 방법으로 제삼자로 하여금 재물의 교부를 받게 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게 한 때에도 전항의 형과 같다"는 사기죄 규정입니다.
위의 절도죄와 사기죄의 기본 개념만 이해한다면, 만약 절취의 방법이 아닌 기망의 방법으로 타인으로 하여금 처분행위를 하도록 하여 재물 또는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경우에는, 절도죄가 아니라 사기죄가 성립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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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물건의 주인이세요? 가게 주인의 질문에 "네"라고 하고 취득하면 사기죄 성립
2022년 12월 29일 대법원에서 판결 선고한 2022도12494 절도사건의 사실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가게에 들러 물건을 사고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그 가게 주인은 지갑의 주인이 누구인지는 모르는 상태에서 지갑을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손님에게 "이 지갑이 선생님 지갑인가요?"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그 다른 손님은 가게 주인에게 "네, 내 것이 맞습니다"라고 말하고 그 지갑을 가져갔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에서 검사가 기소한 절도죄(주위적 공소제기), 사기죄(예비적 공소제기) 중 절도죄가 아닌 사기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지갑 주인인 척 한 사람의 기망에 의한 가게 주인의 처분행위에 해당하므로 절도가 아닌 사기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가게 주인은 지갑을 진짜 주인에게 돌려줄 지위에 있었기 때문에 지갑 주인을 위해서 지갑을 처분할 수 있는 권능을 갖거나 그 지위에 있었다고 보았으며, 가게 주인은 이러한 권능 또는 지위에 기초해서 지갑의 주인인 척하는 사람에게 지갑을 교부하였고 이로써 지갑 주인인척 한 사람이 지갑을 취득해서 자유롭게 처분이 가능한 상태가 되었다는 것이죠.
3. 지하철 및 버스 분실물 판례와 당구장 분실물 판례 비교
이 사건을 보면 유사한 사건들에 관한 판례가 생각이 납니다.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지하철 및 버스 분실물 판례입니다. 지하철 분실물 판례(대법원 1999. 11. 26. 선고 99도3963 판결)는 승객이 놓고 내린 지하철의 전동차 바닥이나 선반 위에 있던 물건을 가지고 간 사건이고, 버스 분실물 판례(1993. 3. 16. 선고 92도3170 판결)는 고속버스 승객이 차내에 있는 유실물을 가져 간 사건입니다. 지하철 분실물 판례는 버스 분실물 판례를 참조하였는데, 결론은 모두 절도가 아닌 점유이탈물횡령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지하철 승무원 또는 버스 기사는 전동차 또는 버스의 관수자로서 차내에 있는 승객의 물건을 점유하는 것이 아니고 승객이 잊고 내린 유실물을 교부받을 권능을 가질 뿐이므로 유실물을 현실적으로 발견하지 않는 한 이에 대한 점유를 개시하였다고 할 수 없고, 그 사이에 다른 승객이 유실물을 발견하고 이를 가져갔다면 절도에 해당하지 아니하고 점유이탈물횡령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그 다음은 당구장 분실물 판례입니다. 당구장 분실물 판례(대법원 1988. 4. 25. 선고 88도409 판결)는 당구장 종업원이 당구장 주인에게 말하지 않고 손님의 금반지를 주워 끼고 다니다가 전당포에 금반지를 팔아버린 사건입니다. 당구장 분실물 판례는 점유이탈물횡령죄가 아닌 절도죄를 인정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어떤 물건을 잃어버린 장소가 당구장과 같이 타인의 관리 아래 있을 때에는 그 물건은 일응 그 관리자의 점유에 속한다 할 것이고, 이를 그 관리자 아닌 제3자가 취거하는 것은 유실물횡령이 아니라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것입니다. 관리자는 당구장 주인을 말하는 것이고, 제3자는 종업원을 말합니다.
대법원 2022도12494 절도사건은 가게 주인이라는 관리자의 점유 및 관리 하에 있었고 가게 주인을 속여서 지갑 주인인 척하는 기망행위가 있었으며, 가게 주인의 처분행위가 있었다는 점이 위 사건들과는 차이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분실물 임의 취득 사건들은 보통은 절도, 점유이탈물횡령죄가 문제 되는 데 반해, 사기죄를 인정한 사건은 의미 있는 판례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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